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, 개학 전날 밤에 “내일 실내화 가져오세요”라는 알림을 보고 허겁지겁 편의점을 뛰어다녔다. 결국 못 구해서 첫날은 맨발로 교실에 들어갔다. 둘째 때는 그 교훈 덕에 2월부터 미리 준비했는데, 이번엔 노트를 열 권이나 사갔다가 “노트는 선생님이 지정해 주신대”라는 말을 듣고 절반을 다시 집에 가져왔다.
새학기 준비물은 “너무 일찍 사면 헛돈 쓰고, 너무 늦으면 없어서 못 산다”는 게 매년 반복되는 딜레마다. 학교마다 세부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안내문을 받은 뒤 확정하는 게 원칙이지만, 학교와 상관없이 거의 공통으로 필요한 것들은 미리 챙겨둬도 무방하다. 학년별로 나눠서 정리해 봤다.
1초등 저학년 (1~2학년)
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라 준비물이 가장 많고, 부모가 직접 챙겨야 하는 비중도 높다. 이 시기에는 화려한 캐릭터 문구보다 기능에 충실한 것이 오히려 낫다. 캐릭터 지우개를 가져갔다가 수업 시간에 장난감이 되어버리는 건 꽤 흔한 일이다.
☐ 책가방 — 가볍고 등판 쿠션 있는 것, 아이 체형에 맞는 크기
☐ 실내화 + 실내화 주머니 — 발보다 0.5cm 큰 사이즈, 학교 규정 확인
☐ 연필 (HB 또는 2B) 5~6자루 + 연필깎이
☐ 지우개 (캐릭터 없는 단순한 것)
☐ 필통 — 지퍼형보다 딸깍 여닫는 하드케이스가 소음 적음
☐ 15cm 자
☐ 네임펜 (검은색)
☐ 색연필 or 크레파스 (12색 정도)
☐ 풀 + 가위 (안전가위)
☐ A4 클리어파일 — 알림장·프린트물 정리용
☐ 물통 또는 텀블러
☐ 양치컵 + 칫솔 세트
이름 표기는 연필 한 자루까지. 저학년은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는 빈도가 높아서 모든 학용품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. 색연필 낱개 하나하나에도 붙이는 게 좋다. 이름 스티커를 미리 주문해 두면 편하다.
2초등 고학년 (3~6학년)
고학년이 되면 과목별로 필요한 것들이 세분화되고, 아이가 직접 챙기는 비중이 늘어난다. 미술·음악·체육 등 특별활동 준비물도 추가된다.
☐ 저학년 기본 항목 유지 (책가방·실내화·필기구·물통)
☐ 샤프 + 샤프심 (0.5mm) — 3학년부터 허용하는 학교가 많음
☐ 볼펜 (검은색·빨간색 각 1개 이상)
☐ 형광펜 2~3색
☐ 과목별 노트 — 선생님 지정 후 구매 권장
☐ 클리어파일 or 아코디언파일 (프린트물 과목별 분류용)
☐ 미술 준비물 — 스케치북, 물감 세트, 파레트, 붓, 물통
☐ 리코더 (음악 수업용, 3~4학년부터)
☐ 체육복 — 학교 지정 여부 확인
☐ 줄넘기
고학년부터는 프린트물이 확 늘어난다. 파일 정리 습관을 이때 잡아두면 중학교 가서도 도움이 된다. 과목별로 칸이 나뉜 아코디언파일이나 스테이플러 대신 클립을 쓰면 자료를 넣고 빼기가 편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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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중학생
중학교에 올라가면 준비물 자체는 오히려 단순해지지만, 성격이 좀 달라진다. 학용품보다 학습 관리 도구의 비중이 커지고, 교복과 프린트물 관리가 새롭게 추가된다.
☐ 교복 — 입학 전 치수 재서 주문, 체육복도 별도 확인
☐ 실내화 — 중학교도 필수
☐ 샤프 2자루 + 삼색볼펜 + 컴퓨터용 사인펜 2자루
☐ 지우개 + 수정테이프
☐ 형광펜 3~4색
☐ 아코디언파일 또는 과목별 L자 파일 — 프린트물 보관 필수 (수행평가에 반영)
☐ 텀블러
☐ 보조 가방 (체육복·부교재 등 추가 배포물용)
☐ 충전기 or 보조배터리 — 패드 수업·방과후 이동 시 필요
☐ 스터디 플래너 — 시험 일정·과제 관리용
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노트를 미리 대량 구매하는 것이다. 선생님마다 노트 규격이나 사용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, 첫 주에 안내를 받고 나서 사도 전혀 늦지 않다. 프린트물은 수행평가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파일 정리 도구에 투자하는 게 현실적이다.
매년 놓치기 쉬운 항목들
체크리스트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막상 없으면 당황하는 것들이 있다. 몇 가지를 짚어두면 아래와 같다.
이름 스티커 or 이름 도장 — 특히 저학년은 모든 물건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. 손으로 일일이 쓰면 시간이 꽤 걸리니 미리 주문해 두는 게 속 편하다. 방수 재질이면 물통이나 실내화에도 붙일 수 있다.
여분 필기구 — 사물함에 연필 2~3자루와 지우개를 미리 넣어두면 잃어버렸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. 중학생도 마찬가지다.
마스크 여분 — 필수는 아니지만 감기 유행 시즌이나 미세먼지 나쁜 날 대비로 가방에 2~3장 넣어두면 쓸 일이 생긴다.
비닐봉지 1~2장 — 젖은 체육복, 더러워진 실내화를 담아올 일이 의외로 자주 생긴다. 접어서 가방 주머니에 넣어두면 된다.
실내화는 개학 후 구매가 안전하다. 학교마다 색상이나 형태 규정이 다를 수 있어서 미리 사면 못 신는 경우가 있다. 첫 주는 슬리퍼나 깨끗한 운동화로 대체하고, 규정 확인 후 구매하는 게 낫다.
준비물, 이 순서로 챙기면 헛돈 안 쓴다
준비물을 효율적으로 챙기는 타이밍이 있다. 무작정 2월에 다 사는 것보다 아래 흐름을 따르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.
2월 중순 — 책가방, 물통, 필기구(연필·지우개·샤프), 이름 스티커 등 학교와 무관한 공통 품목 먼저 구매한다.
입학설명회 / 학교 안내문 수령 후 — 실내화 규정, 체육복 지정 여부, 노트 규격 등을 확인하고 해당 품목을 구매한다.
개학 첫 주 — 선생님이 수업 중 안내하는 과목별 준비물(미술 도구, 리코더, 특정 노트 등)을 확인한 뒤 추가 구매한다.
이렇게 3단계로 나누면 “사놓고 안 쓰는” 상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.
자주 묻는 질문
Q.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태블릿이 필수인가요?
학교에서 기기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, 개인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. 2025년부터 초등 3~4학년, 중1 일부 과목(수학·영어·정보)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었는데, 학교별 운영 방식이 다르니 입학설명회나 학교 공지를 먼저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.
Q. 준비물 비용이 부담되는데 지원받을 수 있나요?
교육급여 수급 가구나 차상위 가구는 교육활동지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. 학교에 문의하거나 주민센터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. 일부 지자체에서는 입학 축하금이나 학용품 지원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하니 거주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는 걸 권한다.
Q. 중학생인데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나요?
학교마다 수업 중 사용 규정이 다르다. 위치 확인이나 연락용으로는 키즈워치나 기본폰을 선호하는 가정도 많다. 스마트폰을 사줄 경우 수업 시간 사용 제한 앱이나 스크린 타임 설정을 미리 해두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.
마무리
새학기 준비물은 결국 “공통 품목은 미리, 학교 지정 품목은 안내 후에”가 정답이다. 이 글의 체크리스트를 캡처해 두거나 저장해 두시면 매년 3월이 올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을 거다.